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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든든한 방제비축기지
“반나절이면 전국 각지 도착 가능”
2007년 태안 기름 유출사고 이후
개인 보호장구 착용 등 자원봉사자 메뉴얼 만들어져
지난 10일 오후 충남 서산 해양경찰대산항 방제비축기지 내부. 방제물품이 가득 차 있다. 신주희 기자 / joohee@heraldcorp,com[헤럴드경제=신주희(서산) 기자] 지난 10일 오후 충남 서산 대산항이 내다보이는 해양경찰청 대산항 방제비축기지.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세워진 면적 1731㎡, 높이 약 11m의 서늘한 기지 안에는 유흡착제 4.5t과 개인 보호 장구 20만벌 등 방제물품이 든 상자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해상 크레인과 충돌, 원유 1만2647㎘가 서해 해상을 뒤덮은 사고는 대산방제비축기지가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해경은 해양오염 긴급방제 총괄 지휘권을 일원화했고 2009년 전남 광양에 이어 서산, 울산까지 기름 유출·화학 물질 해상유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방제 비축기지를 구축했다.
해양오염사고 관련 방제 정책을 개선한 결과 지난 5년간 국내 해양오염 사고 발생 건수는 증가했지만 유출량은 크게 감소했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해양에서 발생한 오염물질 유출량은 2018년 대비 약 40% 감소했다. 전국 해양오염 사고 유출양은 ▷2015년 440㎘ ▷2016년 278㎘ ▷2017년 230㎘ ▷2018년 251㎘ ▷2019년 148㎘로 꾸준한 감소 추세다.
사람 키 3배 높이까지 쌓여 있는 방제물품 상자를 두고 며칠동안 사용할 수 있냐고 묻자 임승일 태안해경 방제계장은 “대규모 해양오염 사고 발생 초기 약 일주일간 방제 물자를 댈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답했다. 그는 이 같이 말하며 적재대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이후 빨간색 불이 들어온 뒤 10m 높이로 나란히 서 있던 적재대 4개 중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하나가 후진 멜로디를 내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임 계장은 “이 전동 적재대 덕분에 지게차가 다닐 수 있는 통로가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며 “일반 적재대보다 더 적은 면적에 많은 양의 물품을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안해경에 따르면 대산비축기지는 기지 입구부터 자동 적재대까지 방제물품을 이송하는데 최적화되도록 설계됐다.
전동 적재대를 이동시키고 지게차가 방제 물품을 곧바로 실어 비축기지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화물차로 이송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채 10분 안팎이었다. 비축기지 입구의 계단은 정확히 90㎝로 화물 트럭의 높이에 딱 맞게 설게돼 있다. 적재대에서 꺼낸 방제 물품 상자를 차에 바로 실을 수 있는 구조다. 대산비축기지의 방제 물품을 전국에 전달하는 데에는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해양오염 사고 대응에서 핵심은 시간이다. 방제물품 이송 시간을 단축하는 데에 최적화된 비축기지에 이어 방제 사고에 투입되는 인력도 빠른 시간에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훈련돼 있다. 이들은 기름 유출 사고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을 나르는 선박 사고 등 화학물질 유출 사고에도 대비한다.
“저 우주복처럼 생긴 특수 제작된 방호복을 일반인들이 입으려면 5~10분 정도 걸립니다. 매년 ‘방호복 입기 경진대회’를 열어 얼마나 더 빨리 입는지 연습하는데 올해 최단 기록은 1분 40초였습니다.” 화학물질 사고에 착용하는 화학보호복을 가리키며 착용하는 데에 얼마나 걸리냐 묻자 임 계장은 이같이 답했다.
해경 관계자들의 권유에 기자가 화학보호복을 입어보려고 하자 현장 취재에 동행한 해경 방제기획과 관계자는 “실제로 일반인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입는 보호복”이라며 흰색의 비닐로 코팅되어 있는 재질의 개인보호장구 착용을 권했다. 개인보호장구는 비교적 손쉽게 입을 수 있고 유류오염 사고 시 일반인들도 방제복을 착용하면 기름 제거 봉사활동에 참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임산부, 영유아, 알레르기 질환자는 봉사 활동이 제한된다.
박세진 해양경찰청 방제기획과 차장은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몰렸지만 이후 당국에서 유해 화학물질 노출을 우려해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와 함께 유류오염 사고 대응 자원봉사자 메뉴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산=신주희 기자/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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